조선·방산·원전·전력설비 등
新전략산업 발빠른 대응을
기업은 독자적인 시장 개척
정부는 민간 애로 해소해야
인텔의 전 최고경영자(CEO) 앤디 그로브가 제시한 전략적 변곡점은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기업이 새로운 방향 전환의 필요성을 평가해야 하는 시점을 의미한다. 오늘날 한국은 국내외 정치·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가중돼 이러한 전략적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20일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과 함께 전개되는 새로운 관세 및 제조업 부흥 정책은 마치 거대한 폭풍과 같다 하여 전 세계 기업들에 중대한 도전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특히 지난해 우리의 대미 수출 비중이 18%대로 중국을 뛰어넘어 역대 최고의 기록을 달성했는데, 관세 부담으로 대미 수출이 타격을 입게 되면 국내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박람회(CES) 2025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산업적 전환(AX)이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AI는 이제 가전, 모빌리티, 헬스케어, 교육 등 전통적 산업을 넘어 농업, 푸드, 바이오, 환경에 이르기까지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양자컴퓨팅과 휴머노이드 로봇의 활용이 새로운 혁신 가능성을 제시하며 글로벌 경쟁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디스플레이, 플라잉카, 스마트홈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소니와 파나소닉을 비롯한 일본 기업들도 피버팅(Pivoting) 전략으로 침체된 일본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경쟁의 심화와 기술패권주의 가속화는 한국 기업들에 큰 위협이자 도전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첫째, 위기 대응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산업의 S 성장곡선 이론이 제시하듯, 시장의 수요 변화에 따라 주목받는 산업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지난 몇 년간 반도체와 바이오, 2차전지 산업이 주목을 받았다면 이젠 조선, 방산, 원전 및 전력설비 등이 새로운 전략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산업 변화의 흐름을 읽고 신속히 적응하며 축적된 경험과 학습을 활용해 S 성장곡선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둘째, 컨틴전시 플랜을 통해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업의 핵심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특히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정부가 명확하게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은 독자적으로 새로운 시장 기회를 탐색해야 한다. 코트라와 같은 글로벌 공공기관의 네트워크 등을 최대한 활용해 시장 정보를 수집하고, 민간기업 간 협력을 통해 공동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정치적 안정성과 협력을 확보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국들이 자국 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각종 규제 완화와 산업 촉진 정책을 시행하는 것처럼 우리도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협력의 자세가 필요하다. 더 이상 늦지 않게 정치권은 이제 한국 경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전략적 변곡의 위기는 위협인 동시에 기회다. 이를 인식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기업과 국가만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정부와 기업, 민간과 공공 부문이 협력해 정치적 이해를 뛰어넘는 전략적 통찰과 공생의 지혜를 발휘할 때, 한국 경제는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최정일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서비스경영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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