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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매경이코노미스트] 기술패권시대, 영원한 승자는 없다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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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원천기술과 공급망 확보
② 산·학·관·연 생태계 구축
③ 규제 혁신으로 경영 개선
기술패권 경쟁서 생존 위해
정쟁 넘어 국가전략 세워야
사진설명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와 외교 정책에 관한 소식들은 국제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극명히 보여준다. 이제 우리가 알던 영원한 우방이 없다는 사실에 직면해야 한다. 가령 미국이 지정학적 위치로 우리와 정치·군사적 동맹은 유지할 수 있으나 경제적 측면에서는 언제든지 관세, 방위비, 투자 등에 관한 청구서를 제시할 것이다.

기술패권시대는 단순한 기술개발을 넘어 정책, 경제, 산업, 안보, 표준화 전략의 총체적 접근을 요구한다. 즉 공급망, 법 규제, 국제 동맹, 경제적 영향력을 포괄하는 전략적 접근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정치적 분절과 갈등으로 인해 글로벌 격랑 속에 중요한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

기술패권시대의 혁신 경쟁에는 영원한 승자가 없다.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챗GPT 등 기존 생성형 AI들과 비교해 성능 대비 개발 비용 측면에서 효율성 우위와 차세대 기술 대안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한동안 대체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엔비디아도 예외가 아니다.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은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으로 엔비디아의 강력한 대항마로 급부상함으로써 시장의 역학구도를 바꾸고 있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기업 드비어스의 몰락도 주목할 만하다. 수십 년간 글로벌 다이아몬드 시장을 장악했던 이 기업은 인공 다이아몬드의 등장으로 매각 위기에 처했다.

이는 오랜 역사와 독점적 지위도 기술혁신 앞에서는 무력하며, 끊임없는 혁신과 적응만이 생존할 수 있는 길임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AI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 설립을 위해 미국이 4개월 소요된다면, 우리는 10개가 넘는 관련 법규와 규제 등으로 최소 3~4년이 걸린다고 한다. 또한 노동시장 경직성으로 인한 근로 시간 상한과 최저시급의 비탄력성은 산업 경쟁력을 제한하고 내수 침체와 고용시장의 불일치를 장기화함으로써 국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술패권시대에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이 필요하다. 첫째, 원천기술 확보와 핵심 산업의 공급망 안정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현재 한국의 연구개발(R&D) 투자 중 원천기술 비중은 15%에 불과해 미국(35%), 일본(28%)에 크게 뒤처지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명확한 목표와 로드맵이 필요하다. 반도체, 항공우주, 바이오, 조선 등 전략산업을 위한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국산화율을 높여야 한다. 또한 국제 표준 선점을 위해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등 국제기구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미래 기술 분야의 표준화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산·학·관·연 협력을 통한 혁신 생태계 구축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대학, 연구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기초과학부터 상용화까지 일관된 지원이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의 칩스법과 같은 전략적 접근을 벤치마킹해 한국형 기술주권 확보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규제 혁신을 통한 경영 환경 개선이 필수적이다. 데이터센터, 첨단 제조시설 등의 신속한 구축을 위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확대해 신기술 도입과 사업화를 촉진해야 한다. 또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면서도 근로자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이 지금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는 듯한 느낌은 필자만 드는 것일까? 기술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 차원의 전략과 실행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국제 정세의 급변 속에서 우리의 미래는 오직 우리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할 때다.

[최정일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서비스경영학회 회장]

https://www.mk.co.kr/news/contributors/1126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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